구한말 이곳에는 냇물이 흘렀고 그 내를 끼고 큰 장터가 섰다. 청진동은 그 장터 입구쯤으로 주로 땔나무 장사들이 장에 다니던 길목이다.
장작, 솔가지 등 동대문 밖에서 나무를 가져와 이곳 장터에서 팔았다.
나무장사들이 북적댔으며 자연스레 장꾼들을 상대로 하는 장터국밥집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해장국이라기보다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면 서비스로 국물을 주는 '술국' 또는 요기가 되게 밥을 말아 파는 '국밥'의 형태일 따름이었다.

그러다 해방 후 김씨라는 노인이 '영화옥'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해장국집을 시작했는데 이곳이 지금의 청진옥 자리다.
그 뒤 청진옥, 흥진옥, 일미옥 등 해장국집이 연이어 들어서서 청진동은 해장국으로 유명해졌다.
통행 금지가 실시되면서부터는 새벽 4시 통금 해제 신호가 나자마자 몰려드는 사람으로 청진동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당시 그 시간엔 음식을 파는 곳이 없었는데 이곳 청진동이 유일하게 먹을 것을 팔았으며 그것도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국이였으니 오죽했을까.
특히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는 '고고족'이라 하여 밤새 고고춤을 추며 술을 마시다가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해장국은 때아닌 젊은 바람이 불었다.
지금은 이른 아침 택시 기사를 비롯해 한낮의 직장인, 저녁시간의 셀러리맨 뿐 아니라 옛 맛을 못 잊는 중년 신사,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 남녀노소, 연인과의
데이트 등 시간과 대상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많을 때는 청진동 골목이 모두 해장국집이었으나 지금은 전통 해장국집으로는 세 집만이 남았있다.


거리 인터뷰-해장국의 역사와 유래, 제손 안에 있습니다.김창현(70, 해장국 예찬론자)

일본인들에게 유창하게 해장국의 역사와 유래, 맛의 비법 그리고 영양적 가치까지 줄줄이 설명하는 김창현(70) 씨는 1963년 군에서 제대하면서부터 청진옥의 해장국과 함께 했다.
그 당시 해장국 한 그릇의 가격은 60원. 지금은 4천5백 원하니 75배나 값이 올랐으며 세월은 37년이나 흘렸다. 하지만 해장국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다르다.
곰탕, 설렁탕 등이 고기가 많이 든 산성식품인데 반해 해장국은 육류와 야채류가 적절히 배합되어 산성 + 알카리성이 잘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음식이며 해장국내에는 피로회복이
잘되는 성분이 들어있고 또 비타민 B1이 많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는 것은 그의 건강. 해장국을 많이 먹어서인지 아직도 건강한 그는 70의 나이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해장국 박사로 통하는 김창현 씨는 청진동 해장국 지킴이로 지금도 청진동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청진옥-63년 역사의 해장국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에 1937년부터 63년간 해장국을 끓여온 집이 있다.
24시간 푹 고아낸 소뼈국물에 우거지, 콩나물, 양곱창, 선지, 양지, 마늘, 파를 넣어 시원한 맛이 일품인 청진옥이
그곳으로 1층이 74석, 2층이 40석으로 직원만도 42명이라고 하니 일개 해장국집치고는 괘 규모가 크다.
그런데도 식사시간이면 자리가 모자라 줄을 서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근처의다른 음식점으로 가니 이 청진동 골목은 청진옥이 먹여 살린다는 뒷얘기도 있다.
일본에서 선정한 '아시아의 맛있는 집 326'에도 당당히 들어선 청진옥 맛의 비법은 다섯 가지.
첫째는 토종된장을 사용해 고기냄새를 없애는 것이고
둘째는 각종 야채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셋째는 소피에 소금과 물을 적당히 섞어 맛난 선지를 만드는 것이며
넷째는 50년 전통의 대형가마솥에 끓이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쪽파로 향을 돋구는 것이다.
아버지 최동선, 어머니 이간난 여사에 이어 3대째 청진옥의 주인을 맡고 있는 주인 최창익씨는 어머니 이간난 여사가 별세하신 후 12년간 다니던 언론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청진옥에 전념해 지금에 이르렀다.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 등 문인과 명배우들이 즐겨찾던 청진옥은 지금도 그 위세를 자랑하며 청진동을 주름잡고 있다.

선지국 외에도 따로 해장국이 있으며, 빈대떡· 파전·모듬전·생선전 등 먹거리가 푸짐하다.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89
*전화:(02)735-1690~2 / 팩스:(02)735-1693

흥진옥-얼큰한 경상도식 해장국

청진동에 또 하나의 명소 흥진옥은 1967년부터 해장국을 시작했다. 경상도식으로 얼큰하게 해장국을 만들어 야근한 사람, 숙직선 직장인, 회식으로 과음한 사람들의 속을 풀어주었다.
예전에는 통행금지가 끝나는 4시부터 줄을 서곤 했지만 이제는 점심, 저녁 구별 없이 사람들이 찾고 있다. 또 하나 멸치 젓갈을 넣어 경상도식으로 담갔다는 김치가 일품인데 해장국보다도
김치 때문에 온다고 농을 하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흥진옥의 김치는 해장국 버금가는 맛을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해장국집으로 아들하나 딸 다섯을 다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웬만한 손맛으로 가능할까.

그 인생 모두를 한 언론사에서 취재, '청진동 해장국집 아줌마 정태선'으로 크게 기사화된 적이 있으며 일본 잡지에도 소개되어 많은 일본인들이 찾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김치를 사 가지고 가는 일본인들도 많다. 해장국은 밥을 국에 말아서 내가는 것이며 밥을 말지 않고 국과 따로 내가는 따로 국밥이 있다.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138 전화 02-732-2214

청일옥-청진옥의 동생집

청진옥의 맞은편 조금 아래에 흥진옥이 있으며 또 조금 아래에 청일옥이 있다.
앞서 소개한 청진옥의 최창익 사장의 동생 최창혁 씨가 운영하는 해장국집으로 한골목에 두 형제가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셈이다.
청진옥이 1937년부터 영업, 청일옥은 1984년에 분가해 영업하고 있다.
청진옥이 전통방식으로 내장을 통재로 넣어 기름기가 다소 많은 반면 청일옥은 현대인의 입맛과 성향에 맞추어 기름기를 다소 줄이고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떨어뜨려 담백한 맛을 구사한다.

박정희 대통령도 몰래 배달을 시켜 먹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위시 박찬종, 조순 씨도 이곳을 찾았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깨끗한 집으로 선정되어 많은 외국인들이 찾았다.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190-1
*전화:(02)733-5282

이전으로         위로      뒤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