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번호 : 유형문화재 제 12호
소 재 지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동 191

서초구 방배사거리에서 남부터미널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길목에 멋깔스런 기와를 가지런히 얹은 돌담벽이 높게 세워져 있는 것을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돌담벽으로 둘러싸인 곳이 청권사라는 곳이다.
서울특별시에서 유형문화재 제 12호로 지정해놓은 사당이다.
사당이라 함은 그곳이 누군가를 기리는 장소라 함인데 그 누군가가 효령대군이다.

역사에 밝은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 같은데 확실히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를 것이다.
효령대군은 태종의 둘째 아들로 태종의 부인인 원경왕후 민씨의 소생이다.
태종도, 원경왕후 민씨도 모두 모르는 사람이라도 세종대왕이라고 하면 잘 알것이다. 세종대왕도 바로 이 태종과 원경왕후 민씨의 자손이다.

역사란 냉혹한 면이 많이 있다. 더구나 그 역사가 권력과 관련된 것일 때 더더욱 그렇다.
텔레비젼에서 방영하는 역사물들을 보면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돈간은 말 할 것도 없고 형제간, 심지어 부모자식간에도 피비린내 나는
암투가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이방원인데 이방원이 바로 태종이다. 보통 첫째 아들이 왕위를 잇는데 이방원은 셋째 아들이다.
둘째도 아닌 셋재 아들이 왕위를 얻게 되게까지 그 권력싸움의 와중에서 얼마나 애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는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모두가 왕이라는 것, 소위 '대권'이라는 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에 이런 권력싸움을 피하고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준 이들이 있다.
그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동생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태종 이방원의 아들들이다.
태종 이방원의 첫 아들은 양녕대군이고 둘째 아들은 효령대군이다.
그리고 셋째 아들이 충령대군인데 충령대군은 훗날 우리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이 되었다.
충권사는 바로 이 효령대군을 기리는 사당인 것이다.

첫째인 양녕대군이 왕위를 효령대군에게 양위하자 효령대군은 역시 이를 동생인 세종대왕에게 다시 물려주었다.
첫째는 당연히 물려받아야 할 왕위이기에 둘째보다 왕위를 사양하기가 조금은 더 쉬웠을 것이다.
둘째가 왕위를 받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효령대군은 물리친 것이다.
이것은 그가 지극한 불교신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효령의 형인 양녕대군은 사녕을 즐겨했는데 사냥이 끝나면 잡은 짐승을 효령대군이 지내는 절앞에다 놓고 가곤 하였는데
불교신자인 효령대군이 살생을 그리 즐겨하면 지옥이 두렵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양녕대군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살아서는 임금(세종대왕)의 형이요, 죽어서는 보살(효령대군)의 형이니 지옥이 무섭겠는가"

이런 연유로 효령대군의 양보가 있어 세종대왕이 탄생한 것이고 지금 필자가 밥벌어 먹을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드신
분도 세종대왕때문이니 결국 따지고 보면 필자도 효령대군의 덕(?)을 조금은 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청권사는 정문이 잠겨있고 후문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 청권사를 관리하는 곳은 효령대군의 후손들로 만들어진 사단법인 청권사라는 곳이어서
평일에는 오후 5시까지 토요일에는 1시까지만 문을 연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으니 시간적인 제한은 좀 있다 하겠다.
이곳을 둘러보려면 반드시 관리실로 가서 방명록에 신상을 기입해야 하나 까다롭진 않다.

후문으로 들어가면 우선 우측에 아담한 연못이 있는데 크기는 크지 않지만 주위의 조경과 잘 어우러져서 보기 좋다.
이 연못을 마주보는 곳에 재실이 세워져 있다. 단층짜리 기와건물로 정갈하기 그지없다.
묘소로 올라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다보니 이곳에는 옛 한국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림같은 소나무들이 세워져 있다.
이 소나무들을 보니 이곳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묘소까지는 가파른 계단을 수십개정도 올라가야 한다. 계단 좌우로 조경수가 심어져 있어서 올라가는 길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청권사의 가장 멋진 장소는 역시 이 묘소이다. 묘소에 올라오면 사당과 방배로타리가 발아래로 한 눈에 들어와 전망이 좋다.
두개의 무덤으로 갖춰진 묘소에 하나는 효령대군, 그리고 또 하나는 예성 부부인 해주정씨의 무덤이 나란히 세워져있다.
그앞에 희고 단아한 제단이 있고 묘소의 좌우에는 묘소를 지켜보는 듯이 서있는 신하상이 두개씩 나란히 세워져 있다.
묘소의 좌측으로는 고층아파트들이 보이니 반
대로 그 아파트에서는 이곳의 모습이 굉장히 멋있게 내려다 보일 것이다. 우측으로는 멀리 사당로타리에 이르는 방배동의 고갯길이 보인다.
묘의 아래에는 사당이 있다. 사당이름이 바로 청권사이다.
청권사라는 이름은 제 22대 영조대왕이 명명한 것인데 공자께서 주나라 태백 우증의 덕행을 칭송한 말 가운데 신중청 폐중권이라는 말에서
하나씩 따온 것이라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1985년에는 이곳 사당의 앞길을 서울시에서 효령로라 이름지었을 뿐 아니라 1986년에 궁궐 장원의 규모와 맞먹는 정도의
돌담을 쌓고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만들었다.
묘소의 뒤로는 조그만 산이 하나 보이는데 겨울이라 나무잎들이 모두 빠진 앙상한 나무산임에도 불구하고 운치있어 보이는 것은
동생에게 왕위를 미련없이 물려준 형제애와 돈독한 불심을 모두 가지고 욕심없이 살았던, 왕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효령이라는
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에는 서리풀과 반포 서초둥 법원에 이르기 까지 누에다리를 거쳐 몽마르뜨 공원따라 산책하며 왕래하기가 가능해져서  2호선 방배역이 아니라도
쉽게 도보로 접근하기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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