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삼일절에는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유권자 독립선언을 하였다는데 그 장소는 당연히 탑골공원이다.
탑골공원은 3.1운동 당시에 '기미독립선언서'를 민족대표 33인이 낭독한 곳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므로 혹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기미독립선언서를 만든 인쇄소는? 우스운 질문일지 모르지만 답은 있다.

종각과 교보빌딩의 중간정도에 종로구청이 있다. 이 종로구청 왼편의 골목으로 찾아서 조금만 들어가면 아주 작고 귀여운 공원이 하나 있다.
종로구청이 있는 이 곳은 전통적으로 사무실 빌딩이 밀집된 곳인데 이 공원은 여러개의 사무빌딩에 둘러싸여 있어 마치 도심의 오아시스같아 보인다.
말이 조그만 공원이지 정말로 작은 공간인데 이곳이 바로 '기미독립선언서'를 인쇄한 인쇄소가 있던 터이다.

당시 인쇄소의 이름은 '보성사' 보성사는 당시 30평의 2층 기와 벽돌집으로 보성학교 구내에 있었던 인쇄소인데 당시의 소유주는 천도교 교주였던 의암 손병희였다.
다 알다시피 기미독립선언문은 육당 최남선이 초안을 집필한 것인데 이 초안에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하고 이후 이 서명된 독립선언문을
보성사에서 3.1운동이 일어나기 몇일 전인 1919년 2월 27일 밤에 보성사의 사장인 이종인과 공장감독 김홍규, 총무 장효근 이라는 세사람이 밤샘 작업을 하여 3만 5천매를 찍었던 것이다.
인쇄도중 일제의 형사에게 인쇄현장이 발각되기도 했으나 족보책이라고 속여 위기를 넘겼다는 일화가 있단다.

이 보성사의 역할은 이에 끝나지 않고 거사일인 3월 1일에는 지하신문인 '조선독립신문' 1만부를 발행하여 3.1운동으로 발화된 민족운동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일제는 이 보성사를 즉시 폐쇄하였고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해 6월 28일 밤에는 이곳에 불을 질러 아예 태워 버리기까지 했으니
사람은 아니지만 이 보성사가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기여한 바가 웬만한 애국지사 못지 않는다고 하겠다.

그 이후 이곳은 터만 남아 오늘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보성사를 기념하는 '3인의 군상과 민족 정기'라는 높이 약 6m에 이르는 조형물이 화강석과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의 3인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기미독립선언서를 하늘로 치켜들고 있는 상징적인 인물들로 가장 완성된 숫자인 3을 이용하여 민족의 단결과 기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나머지에는 보성사의 옛모습과 3.1운동 장면등을 양각하였다.

보성사는 주위의 빌딩의 담벽을 담장으로 하고 있다. 약 절반정도는 기와를 얹은 담벽으로 둘러싸여 있기도 하고 한쪽으로는 조계사의 후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매일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되면 이곳은 점심식사를 끝낸 주위의 샐러리맨들로 북적인다.
이들에게는 이곳에서의 이시간이 자신을 억압하던 고단한 직장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담배 한대라도 피울 수 있는 자유독립(?)의 시간이다.
여기를 찾는 사람들중 의 절반은 아직도 이곳이 실제로 어떤 곳이었는지 모를 것이다.
한낱 인쇄소터에 불과한 이곳을 알아주거나 기억해 달라고 요구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매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올 것이고 봄바람과 함께 기미년 삼월 초하루의 피끊는 절규와 함성소리도 어렴풋이 실려올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이 보성사터가 남아있는 이유는 잔혹했던 일제의 흔적과 그 혜택을 보고 있는 후손들이 있는한 아직도 인쇄해야할 기미독립선언문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 주변 볼거리 : 바로 뒤에는 종로에서 가장 큰 절, 우리나라 불교의 본산, 조계종 폭력사태로 유명한 조계사가 있다. 5
분만 걸어가면 최근 종로의 상권을 다시 일으키고 있는 종로타워가 사이버틱한 자태를 연출하며 세워져 있다. 교보문고, 세종문화회관, 경복궁, 인사동등이 모두 5분 거리에 있다.

★ 가는길: 지하철 1호선 2번 출구로 나와 종로구청쪽으로 오다가 하나은행이 있는 빌딩에서 우회전하여 1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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