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운악산-"아찔한 협곡 오르면 오색 마중"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과 가평군 하면을 경계 짓는 운악산(해발 935.5)의 단풍은 붉은색대신 노란색과 갈색이 압도적인 점이 특징적이다.
산행 출발점을 인적이 제일 드문 대원사로 잡은 것은 양지 바른 곳이어서 단풍이 좋으리란 예상 때문이었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길원 목장 뒤편 대원사 주차장을 통해 산길로 막 접어들었을때 운악산은 붉은 색이었다.
골짜기 주변 축축한 곳에 많이 자라고 있는 단풍나무 때문이었다.
그러나 골짜기를 벗어나면서 산색은 일순간 갈색이 섞인 노랑으로 바뀌었다.

노란색 잎사귀의 주인공은 물푸레나무와 상수리나무. 정열적인 빨간 단풍의 잔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산록을 뒤덮은 노란 갈색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한층 차분해진다.
관악, 치악, 화악, 송악산과 함께 중부지방 5대 악산(岳山)의 하나로 꼽히는 운악산은 그 명성에 걸맞게 길이 무척이나 험하다.
특히 골짜기는 경사가 워낙 심한 협곡이어서 대부분 등산로가 능선으로 나있다.

밧줄이 설치된 구간은 모두 3개소.
그중에서 올라가다 첫번째로 만나는 곳은 10여m의 가파른 암벽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능선을 걷는 덕분에 산행 내내 매우 뛰어난 전망이 보장된다.
대원사에서 오르는 코스도 능선에 올라붙자마자 투명한 가을 햇살 아래 산덩어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람한 바위들로 이뤄진 주능선의 바위 절벽 아래로 수채화같은 갈빛 노란색의 숲이 펼쳐진 모습은 운악산이 아니면 보여주기 힘든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