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일기장

이제 우리의 일기장은

지나온 길목만큼 말들이 쌓여

넘겨보는 갈피마다

종소리 들리네.

소리쳐 불렀던 이름

저만치 메아리로 돌아오네.

잊었던 생각들 되살아나

함박눈 펑펑 쏟아지면

가슴에 촛불 밝히고

고요히 두 손을 모아야 하리.

이제는 보일 것 같은 맑은 영혼

작은 숨소리에도 가슴이 울리고

 속 깊이 흐르는 물길

산모퉁이 돌아 들판 지나

새로운 강으로 흘러야 하리.

창문을 열면

 무성한 잎 다 떨구고

 뼈로 남은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데

긴긴 사연의 털실을 엮어

사랑과 정성의 옷을 뜨고 계신

 어머니의 세상에는

따끈한 찻물이 끓고 있구나.

이제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일기장을

 준비해야 할 시간

 

전 경인고등학교 교감 임문혁

자료 : 서울교육소식 제92호

작자 소개 : 교육학박사, 시인,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채 짓기 위하여, 가평에서 모두 손을 흔들다 등  전 경인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