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운-'newsbank'의 여행 페이지<충청북도편>

목탑에서 깨닫는 구도의 불심
보은의 법주사 팔상전

속리산 법주사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며,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는데 속이 산을 떠나는구나(道不遠人人遠道山非離俗俗離山)'. 지금부터 1천1백여년전인 신라말 당대 제일의 학자였던 최치원(崔致遠) 이 속리산을 찾아 읊었다는 시 구절이다. 하지만 요즘 속리산에서 이런 느낌을 갖기는 어렵다. 난잡한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절 아래로는 수다한 상점과 숙박시설들이 들어서있고, 길도 여럿 뚫려 사철 인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잘 보존된 숲길을 걷다보면 산사답지 않게 너르고 평평한 땅에 자리잡은 법주사가 눈에 들어온다. 법주사에는 대부분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석탑이 없다. 법당 앞에 탑이 서있는 법식이 깨진 것일까. 그건 아니다. 너른 마당 중앙에 서있는 독특한 모습의 5층 목조누각 모양의 팔상전(捌相殿 국보 55호)이 바로 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탑의 시원은 목탑이었지만 몽고의 침입, 임진왜란 등으로 모두 타버렸고 이제 옛 목탑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은 임란 후 17세기초에 다시 지은 팔상전 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지은 전남 화순 쌍봉사 3층 대웅전이 있지만 10여년전 불에 타 근래 복원했다.

팔상전은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가지 그림으로 표현해 모신 곳이다. 팔상전 내부는 마루를 깔고 3층까지 떠받치고 있는 중앙칸의 네 기둥을 막아 벽을 둘러쳤다. 각면 불단(佛壇) 에는 불상과 오백나한상을 앉히고 뒷쪽으로 그림 두장씩을 걸어 마루를 따라 걸으며 참례할 수 있게 했다.

고대 인도에는 존경받는 대상의 주위를 3번 돌며 경배하는 예법이 있었다. 이것이 발전해 '탑돌이'가 됐다. 팔상전 내부는 탑돌이를 하기에 알맞은 구조며 이런 연유로 법주사의 석가탄신일 탑돌이는 무형문화재(제103호)로 지정돼있다.

팔상전은 사방 5칸으로 된 맨 아래층 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양쪽을 반칸씩 줄여 5층은 단칸이다. 위로 갈수록 면적이 급격히 줄어 안정된 모습이지만 이 것이 목탑의 정형은 아니다. 탑은 위로 솟구치는 수직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목탑도 위.아래층의 면적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게다가 1층 바깥기둥이 기단의 맨 끝에 서 있고 주춧돌도 없는 등 무리하게 내어 지은 듯한 인상이어서 전문가들은 팔상전의 원래 모습은 1층이 3칸으로 된 보다 조붓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추정하고 있다.

법주사의 허다한 문화재 중 또 하나 관심깊게 볼 것은 9세기중엽에 만들어진 쌍사자석등(국보5호) 이다. 석등은 중생의 마음을 부처의 깨우침으로 밝혀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다.

이 석등은 여늬 석등과는 달리 모난 기둥 대신,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사자가 가슴을 맞대고 뒷다리에 힘을 불끈 모은채 앞다리와 주둥이로 불발기집(火舍石) 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자 중 한 마리는 입을 벌리고 다른 한 마리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는 고대 인도문자인 산스크리트어의 첫자와 마지막자인 '아.훔' 을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시작과 끝을 잇는 영원한 지혜를 상징한다. 석굴암 입구 좌우에 서있는 인왕상도 바로 이런 '아.훔' 의 모습을 하고 있다.

법주사에 가면...
우리나라 지정문화재의 상당수가 사찰에 있지만 그 중에서도 법주사는 문하재의 보고라고 할 만한 곳이다. 팔상전과 쌍사자석등 외에도 반구형의 큰 돌을 깎아 연꽃무늬를 새긴 연못을 만들고 위로는 난간까지 ㄷ른 석연지(국보 64호)와 받침부와 몸체가 모두 8각으로 이루어진 정형양식의 사천왕석등, 거대한 석조등 통일신라기의 여러 석물을 대할 수 있다.

또 국내에 몇 안되는 2층건물인 대웅보전과 4모지붕을 얹은 원통보전, 다포 맞배집 형태의 천왕문 등 목조건물의 다양한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대웅보전에는 흙으로 빚은 소조좌불 가운데 가장 큰 조선 후기의 3존불이 모셔져 있다. 가운데 주존불이 지권인을 한 비로자나불이기 때문에 전각의 명칭을 대적광전이라 하는 것이 옳다.

자료제공 / OB GREEN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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