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들의 명강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이전으로  다음으로


⑫  심장질환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심장은 하루 10만번 이상 수축해서 전신에 혈액을 액을 공급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그야말로 초강력 펌프와 같다. 심장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세 가닥의 혈관(관상동맥)으로 부터 공급되는 혈액 속 풍부한 산소와 영양분이 이 ‘수퍼 파워’의 원천. 그러나 흡연, 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 등으로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이 혈관이 좁아지고, 자연히 혈액 공급양이 감소해 심장근육이 일종의 빈혈현상을 일으킨다. 이것이 협심증이다. 심근경색이란 관상동맥이 순간적으로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죽는 병이다. 심근경색의 절반 정도는 협심증이 원인이지만, 나머지 절반정도는 협심증과 관계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무서운 이유는 돌연사 위험 때문이다. 협심증은 심근경색증의 원인이 되며, 심근경색이 생기면 35% 정도는 응급실에 오기 전에 급사한다. 또 15% 정도는 응급처치로 막힌 혈관을 뚫고 심장에 피 공급을 재개해도 이미 심장근육이 다 파괴돼 사망한다. 나머지 50% 정도는 6시간, 늦어도 12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생명을 건질 수 있다. 그러나 치료가 늦게 이뤄지면 생명을 건지더라도 심부전증 등 합병증 가능성이 커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전체 심장병의 10~20% 정도에 불과했다. 목감기 후유증으로 생기는 류머티스 열(熱)이나 세균감염 등으로 인한 심장판막 질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위생과 의료수준의 향상에 따라 판막질환이 감소한 틈을 타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전체 심장병의 90% 정도를 차지할 만큼 폭증했다. 흡연, 육식위주 식생활, 운동부족 등과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과거 진시황이 부럽지 않을 만큼 산해진미를 사철 풍부하게 먹고 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의 다이너마이트는 어쩌면 그렇게 편하고 호사스럽게 사는 댓가인지도 모른다. 이 다이너마이터는 나이도 가리지 않는다. 아침 조깅을 하다, 등산을 하다, 사내 체육대회에서 20대 30대의 팔팔한 청춘이 쓰러지고 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창졸지간에 맞이하는 죽음처럼 황당하고 저주스러운 게 또 어디 있을까?

 
 

  ▲ 서울중앙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가 협심증 환자 관상동맥에 그물망을 넣는 수술을 하고 있다. 협심증 환자는 혈관을 넓히는 수술을 받으면 돌연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부터 먼저 알아보자. 동맥경화란 말 그대로 동맥에 콜레스테롤 등 이물질이 달라붙어 혈관 벽이 돌처럼 딱딱해 지는 것을 말한다. 혈관의 매끄러운 내벽에 상처가 생기고, 그곳에 콜레스테롤 등이 달라붙으면 혈관벽에 섬유화된 딱딱한 덩어리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를 죽상반(竹狀斑)이라 한다. 그 모양이 대나무처럼 주름이 가 있기 때문이다. 죽상반이 생기면 혈관의 지름이 좁아지게 돼 혈액의 흐름에 지장을 주는데,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느냐에 따라 증상의 강도가 달라진다. 20세가 지나면 누구에게나 이같은 동맥경화 현상이 진행되지만, 문제는 그것이 병적으로 빨리 진행되는 경우다. 이같은 동맥경화 현상이 관상동맥에 생기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뇌혈관에 생기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신장혈관이나 다리 혈관에도 많이 생기는 편이다.

동맥경화는 매우 서서히 진행되는 일종의 노화현상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나이보다 훨씬 빨리 진행돼 ‘새파란’ 나이에 죽음을 맞게 한다. 동맥경화를 가속화 시키는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스트레스, 관상동맥질환 가족력, 연령 등이 동맥경화의 위험인자다. 이 중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을 특별히 ‘3대 위험인자’로 분류한다. 따라서 이같은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어느 정도 동맥경화와 이로 인한 협심증 심근경색증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협심증이 있으면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다’ ‘가슴이 뻐개지는 것 같다’ ‘가슴이 벌어지는 것 같다’ ‘가슴에 고추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등의 증상이 생긴다. ‘이러다 내가 죽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게 특징이어서 누구나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이나 당뇨환자인 경우엔 협심증이 심한데도 흉통이 없을 수 있어 더 위험하다.

협심 흉통은 안정을 취할 땐 괜찮다가 계단을 오르는 등 운동을 할 때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안정형 협심증이라 한다. 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흉통은 운동시 통증이 2~3분 지속되며,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사라지므로 이같은 증상만으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운동하지 않고 안정을 취할 때도 통증이 생기는데 이를 불안정형 협심증이라 한다. 또 운동이나 안정 여부와 상관없이 낮에는 괜찮으나 아침에만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변이형 협심증이라 한다.

그러나 흉통의 원인이 심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병이 없이 신경성으로 흉통이 생길 수 있으며, 위염, 위궤양, 담낭염, 식도경련, 늑골염 등으로도 유사한 흉통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흉통이 생기면 심전도 검사, 운동부하 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핵의학 검사, 심혈관 관상동맥 조영술 등을 통해 먼저 무슨 병인지, 병이 어느정도 심각한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협심증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 아스피린이 흉통 자체를 줄여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를 묽게 함으로써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고, 따라서 심근경색이 생길 가능성을 줄여준다. 하루 50~200mg의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이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뇌경색의 원인도 혈전이므로 덤으로 뇌경색까지 예방 가능하다. 따라서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생활습관병이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병이 없는 사람들도 오십세가 넘으면 심장병과 뇌졸중의 예방을 위해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할 필요가 있다. 노화방지와 장수를 위해 값비싼 보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백원도 안되는 아스피린이야 말로 세계 최고의 명약이자 보약이다.

협심증 환자는 그 밖에도 의사의 처방에 따라 베타 차단제와 칼슘 차단제 등의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베타 차단제는 심장 박동수를 감소시키고, 심장 근육의 수축력을 저하시켜서 산소가 조금만 공급돼도 심장 근육이 죽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테놀민, 켈론, 인데랄, 셀렉톨 등의 약물이 대표적인 베타 차단제다. 칼슘 차단제는 관상동맥 확장 작용과 심장근육 수축 억제작용을 하는데, 노바스크, 헤르벤, 아달라트, 베라파밀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협심증 환자에게 가장 잘 알려진 니트로글리세린은 일종의 응급약으로 흉통 발작시 혀 밑에 넣거나 피부에 뿌려 사용한다. 대개의 경우 수십초에서 수분내에 통증이 완화되는 기적과 같은 약이다. 협심증 환자 중에는 ‘양약이든 한약이든 약은 되도록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못 견딜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야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협심증 흉통은 자칫하면 생명을 앗아가므로 통증이 조금만 느껴져도 바로 사용해야 한다. 설사 협심증에 의한 통증이 아니라해도 문제될 게 없으므로 니트로글리세린의 사용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같은 발기부전치료제와 함께 복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틀 정도 니트로글리세린 복용을 중단한 뒤엔 비아그라 등을 복용해도 무방하다. 비아그라 발매 초기 사망자들은 모두 니트로글리세린 때문이었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보통 사람의 귀에도 익숙해진 ‘관상동맥 중재술’과 ‘관상동맥 우회로(바이패스) 수술’은 관상동맥의 막힌 정도가 심해 약물치료만으로는 심근경색을 예방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시행한다. 막힌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우면 먼저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한다. 이는 좁아진 관상동맥 내부를 풍선이나 그물망(스탠트) 등을 이용해 넓혀주는 시술이다. 일반적으로 허벅지 혈관으로 풍선이나 그물망이 달린 가는 철사를 넣고, 그것을 관상동맥까지 밀어 올려 막힌 부위를 넓혀 주는 방법이다. 최근엔 풍선 확장술보다 그물망 시술이 더 많이 쓰인다. 그러나 그물망을 삽입하면 그물망 사이로 조직이 다시 자라나서 관상동맥이 다시 막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단점이다. 최근엔 항암제 등의 약물을 특수 코팅해서 조직이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그물망이 개발돼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은 관상동맥 중재술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시행하는 최후의 치료법이다. 보통 허벅지 등에서 혈관을 떼어낸 다음 관상동맥의 막힌 부위를 우회하는 새 혈관을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마치 교통정체가 심한 도로를 아예 폐쇄해 버리고, 주변에 신 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심근경색은 좁아져 있는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완전히 막힌 상태. 이 때 나타나는 통증은 기본적으로 협심증과 동일하지만, 안정을 취하거나 니트로글리세린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30분 이상 심한 흉통이 지속되면 즉시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와야 한다. 당뇨병 환자나 노인들의 경우엔 심근경색이 일어났는데도 흉통이 없을 수 있는데, 대부분 호흡곤란을 하며 쓰러진다. 이런 경우에도 심근경색증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으로 데려와야 한다.

심근경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환자의 40% 정도는 수분 이내에 사망하며, 나머지도 12시간 정도가 지나면 심장근육이 죽어서 사망한다. 따라서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신속히 막힌 혈관을 뚫고 피를 통하게 해야 한다. 이때 얼마나 빨리 병원에 데려와 얼마나 빨리 막힌 혈관을 뚫어주느냐에 따르 생(生)과 사(死)과 판가름나며, 살아나더라도 후유증의 정도가 달라진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6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하므로, 병원에서 검사하고 시술 준비하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심근경색 발발 3~4시간안에 병원에 데려오는 게 좋다.

미국의 경우 심근경색 환자의 80% 정도, 유럽의 경우 60~80% 정도가 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환자가 40%에도 못 미친다. 왜 늦게 왔냐고 물어보면 어떤 사람은 청심환을 먹이고 기다렸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한의원에 데려가 침을 맞히느라 늦었다고 한다.

심근경색의 경우, 사실상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응급조치란 전무하다. 한의원은 물론이고 전문 시설과 인력이 없는 작은 병원에서도 해 줄 치료가 별로 없다. 무조건 빨리 근처에서 가장 큰 병원에 데려와야 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혈전 용해제를 대량으로 투여하거나, 풍선이나 그물망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하게 된다.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면 약 60~70%의 환자는 막힌 혈관이 뚫려서 회생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15~25%의 환자는 다시 혈관이 막힐 수 있고, 또 혈전용해제로 녹일 수 있는 혈전의 양도 제한돼 있으므로, 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춘 큰 병원에선 혈전용해제 투여 없이 곧바로 풍선 확장술이나 그물망 시술과 같은 중재술을 시행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의 예방을 위해선 우선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 첫째, 담배 속에 들어 있는 약 4000 가지의 화학물질은 혈관의 보호작용을 하는 혈관 내막을 파괴하고, 혈관벽에 상처를 내게 된다. 둘째,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줄이고, 대신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을 증가시킨다. 셋째, 피의 응고기능을 담당하는 혈소판을 활상화시킴으로써 혈전(피떡) 생성을 촉진시킨다. 넷째, 혈관 수축물질(에피네프린)을 분비시켜 혈관 경련을 초래하는데, 이는 협심증 흉퉁과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다섯째, 담배를 피우면 혈압이 상승돼 고혈압 환자의 약물치료 효과가 감소된다. 이 때문에 흡연자의 협심증-심근경색증 발병 빈도는 비흡연자의 3배 이상 높다. 특히 고지혈증과 고혈압이 있는 뚱뚱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면 10배 이상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런 사람은 당장 금연해야 한다.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즉시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mg/dl 이상인 사람은 200mg/dl 이하인 사람보다 동맥경화증이 3배 정도 빠르게 일어난다. 특히 콜레스테롤의 구성 요소 중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이 130mg/dl 이상이면 관상동맥 질환 발발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외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50mg/dl 이상인 45~65세 남성에게 5년간 콜레스테롤 약을 복용케 한 결과 약을 복용하지 않은 같은 조건의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증 발생률이 31% 떨어졌다.

그런데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약 복용을 미루는 사람이 주위에 너무나 많다. 증상이 없으니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이다.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지는 당해 본 사람만이 안다는 게 비극이다.

한편 고지혈증 환자는 지방을 총 열량의 20% 이내로 줄여야 하며, 특히 동물성 포화지방산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육류의 기름기, 닭 껍질, 버터, 소시지, 베이컨, 치즈 등엔 포화지방산이 많다. 대신 신선한 채소, 과일, 잡곡, 현미, 콩류 등 섬유소가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게 좋으며, 생선도 많이 먹는 게 좋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직접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심혈관계 합병증을 어느정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또 고지혈증 환자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계란, 메추리알, 생선알, 생선 내장, 오징어, 새우, 장어 등도 삼가하는 게 좋다.

고혈압도 관상동맥질환의 3대 원인 중 하나다. 혈압이 높을 수록 동맥 내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혈관 내피(內皮) 세포의 손상이 많아지고, 침전물 생성이 증가하므로 동맥경화증이 가속화된다. 따라서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경우엔 즉시 약을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약은 워낙 종류가 많고, 부작용도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의사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선택해서, 평생 복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혈압이 높으면 짱아찌, 젓갈류, 자반 고등어, 인스턴트식품, 등을 삼가고 소금이나 간장 된장 사용량도 줄이는 등 식이요법에도 신경써야 한다.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도 필수적이다.

그 밖에 당뇨병, 비만,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도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의 발병에 관여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받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당 성분은 혈관 내부의 단백질이나 지단백 등과 결합해 혈관의 탄력성을 감소시키므로 적극적으로 치료-관리해야 한다. 술의 경우, 적당히 마시면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켜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알콜이 심장근육을 직접 공격해서 파괴하는 ‘알콜성 심근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음은 금물이다.

<박승정 교수는>

박승정 교수는 마치 조폭의 우두머리 같다. 딱 벌어진 체격에 거무튀튀한 얼굴 부터가 그렇다. 조금만 일을 허투로 하면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매섭게 야단치고, 한번 화를 내면 그가 지휘하는 40명 가까운 심장 중재 시술팀 전체가 얼어 붙는다. 그에겐 ‘노(NO)’가 안통한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불도저처럼 몰아부친다.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팀원들을 다그치는 그를 병원 내에선 ‘왕박(王朴)’이라 부른다. 뒷켠에선 물론 ‘독재자’라 수근거린다.
   
 

▲ 박승정 교수

그가 독재하는 이유는 분초를 다투는 심근경색 치료를 맡고 있기 때문. 박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지 30분 이내에 ‘바늘’이 들어가야 한다며,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 30여명의 팀원을 모두 병원 근처에 이사하라고 지시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필요한 검사를 마치고 시술실로 옮겨지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 시간 안에 ‘비상출동’ 하지 못하면 불호령이 떨어지므로 이사 안할래야 안할 재주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1954년 강원도 원주 출생인 박 교수는 경복고와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89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92~93년엔 미국 베일러 의대 연구원으로 지냈다. 91년 협심증 환자에게 국내 최초로 금속 그물망 시술을 시작했으며, 현재 매년 1500여명을 시술하고 있다.

금속 그물망 시술에 관한 한 박 교수는 세계적 대가다. 1996년부터 매년 ‘엔지오플래서티 서미트(Angioplasty Summit)’란 이름의 국제혈관확장술 심포지움을 열고 있으며, 심포지움 기간 서울아산병원 3층에서 시연(試演)되는 그의 중재술 장면은 위성중계를 통해 전 세계 의사들에게 전달된다.

하버드의대 스테판 오스텔리 교수와 얽힌 일화는 아직도 학계내서 회자되고 있다. 1997년 미국 심장학회에 참석한 박 교수가 세가닥 관상동맥 중 왼쪽 주간부(left main)가 좁아진 환자도 금속 그물망 시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청중석에 있던 오스텔리 교수가 “그것은 흉부외과 의사의 영역. 정신나간 일”이라고 코멘트 했다. 오스텔리 교수는 그러나 지난해 9월, 박 교수를 하버드대로 초청해 주간부 시술에 관한 특강을 요청했다.

박 교수는 “진단 중심이던 심장내과 분야의 흐름이 20여년전부터 치료를 병행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내 나이가 그 흐름을 받아들이기 가장 좋았다”며 “‘독재’하에서 묵묵히 일하는 팀원들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소박스:그 밖의 심장질환>

선천성 심장병, 심장판막질환, 심장근육질환, 부정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천성 심장병은 대부분 심장기형 때문에 초래된다. 좌우 심방 사이에 구멍이 난 심방중격결손증, 좌우 심실 사이에 구멍이 난 심실중격결손증, 심장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에 구멍이 난 동맥관 개존증 등이 가장 흔하다. 대부분 어린 아이 때 발견돼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때로는 어른이 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방치하면 동맥 피와 정맥 피가 뒤섞여 피부나 입술이 검붉은 색으로 변하는 청색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는 수술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기형이 심각한 경우엔 그러나 조기발견을 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판막질환은 두 개의 심방과 두 개의 심실 사이에서 개폐작용을 하는 판막이 고장나 제대로 열리고 닫히지 않는 것이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목감기 후유증인 류머티스열이나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판막이 손상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그 밖에 심내막염, 매독, 심근경색증 등이 판막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판막이 제대로 잘 개폐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호흡이 가쁜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병이 악화되면 가만히 앉거나 누워 있어도 숨이 가쁘고 심한 기침, 가래, 흉통이 나타나게 된다. 약물치료, 내과적 시술, 수술 등으로 대부분 완치 가능하다.

심장 근육질환으로는 심장근육이 과도하게 두꺼워 지는 비후성 심근병증이 대표적이다. 1000명 당 1~2명 꼴로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데, 젊은 사람이 운동 중 급사하는 경우는 1차적으로 이 병을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이 없으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지만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이 나타나면 약물치료나 수술을 한다. 최근엔 알코올을 이용해서 두꺼워진 심장근육 일부를 제거하는 시술도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으로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면서 근육이 늘어지는 것이 확장성 심근병증이다. 이 때는 심장의 수축력이 약해져 심한 경우 심부전이나 부정맥으로 사망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우면 약물치료를 하지만 심한 경우엔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부정맥이란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지나치게 빠르거나 늦게 뛰는 증상이다. 심장이 단 1초도 쉬지 않고 규칙적으로 뛰는 이유는 심장내 자가 발전소(동방결절)에서 전류를 계속 일정하게 흘려 주기 때문이다. 부정맥은 이같은 전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심장이 빨리 뛰느냐 늦게 뛰느냐 불규칙하게 뛰느냐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빈맥이나 서맥이 심한 경우엔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가벼운 경우엔 치료를 하지 않거나 약물치료를 하지만, 심한 경우엔 심장을 빨리 뛰게하는 인공심장 박동기나 빈맥을 줄여주는 제세동기를 심장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자료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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