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운-'newsbank'의 여행 페이지<강원도 남부편>

푸근한 시골 인심 가득 - 정선 5일장

봄철 나른해진 입맛을 돋워주는 싱싱한 봄나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곳. 푸근한 시골 인심 속에서 과거의 애수에 빠져드는 곳. 국내 유일의 한 칸 짜리 비둘기호 열차에 몸을 싣고 30년 세월도 빗겨간 시골장, 정선 5일장으로 떠나보자.

정선 5일장의 상인과 행인 정선 5일장은 국내선 보기 드문 오지 장터다. 끝자리 2, 7일 날에 열리는 정선 장은 장날만 되면 시골 냄새를 맡으러 몰려든 외지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평소보다 훨씬 긴 상인과 구경꾼들의 행렬이 마을 축제라도 열린 듯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대목을 맞은 상인들의 손님 부르는 목소리가 장을 들썩거린다. 시장은 산나물을 보따리 채 들고 나온 할머니와 향수에 젖어 들뜬 아줌마들의 시끌벅적한 대화, 풋풋한 산나물들이 풍기는 봄내음으로 정겹기만 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장은 보통 12시면 파하는 다른 장과는 달리 살거리, 볼거리로 하루해가 어떡해 가는지 모르게 한다.

살거리, 볼거리 가득한 정선 5일장

좌판의 부침개와 감자떡 장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입맛을 당기는 산나물과 강원도 특산물인 옥수수와 감자, 중국산이 아닐까 의심할 필요 전혀 없는 약초들, 육질 좋고 맛 좋기로 소문난 정선산 황기 한우고기 등 주부들이 욕심내는 갖가지 장거리가 가득하다. 처음 들른 사람들이라면 싸고 질 좋은 상품에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정겨운 분위기에 금새 친숙해 진다. 특히 여기저기 맛있는 연기를 풍겨대는 좌판의 먹거리들은 다 큰 어른이라도 어느새 요것조것 다 먹어 보고 싶은 어린아이를 만든다. 가마솥에서 바로 쪄낸 김이 송송 나는 감자떡,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금방금방 지져내는 메밀 부침개, 조양강에서 갓 잡은 싱싱한 민물고기를 통째로 튀긴 생선튀김이 시장 볼 지갑을 다 털어도 마냥 신나기만 하다.

옛날 고무신과 근레 보기 힘든 잡화들 이곳엔 먹고, 사는 재미와 함께 신기한 구경거리도 많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검정 고무신과 옛날 대장간에서 만든 문고리, 윤이 반질거리는 무쇠솥이 사는 사람은 없어도 구경꾼들로 인기 만점이다. 시장 한 구석에선 수염 긴 할아버지가 돗자리를 깔고 사주·궁합을 봐주고 장날 새 옷 하나 얻어 입으려고 따라 나온 동네 꼬마의 모습도 보인다.
진기한 시장의 재미를 오랫동안 즐기고 싶다면 시장 입구에서 옥수수 튀밥 한 봉지 사는 것을 꼭 잊지 말자. 강원도산 옥수수로 만든 튀밥은 알이 굵고 바삭바삭 고소한 맛이 시장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알고 가면 좋은 시장 구석구석

산나물 팔러나온 할머니 모습 시장의 구석구석을 알차게 구경하려면 시장지리를 익히고 떠나는 것이 좋다.
장터는 정선 기차역과 시외 버스터미널의 중간, 정선 시내에 있다. 시장의 양편으로는 호미, 쇠고랑 등의 농기구를 비롯한 각종 물품을 진열한 상점들과 좌판이 늘어서 있다. 더 들어가면 오른쪽은 약초와 산채를 파는 거리, 정면은 먹을거리 장터, 왼편은 식당거리로 나뉜다. 실속파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약초, 산채거리다. 할머니들이 황기, 당귀, 더덕 등의 약초와 달래, 냉이 등의 봄나물을 쭉 늘어놓고 손님을 부른다. 황기 1근(600g)은 재배 연수별로 1만원부터 2만원, 달래, 냉이는 한 소쿠리에 2천원, 생산지는 팔러 나온 할머니의 앞마당이나 뒷산이다. 말만 잘 하면 한 웅큼은 더 담아주니 강원도 사투리를 미리 배워 가는 것이 좋다.
출출하다 싶으면 식당거리로 가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밀 콧등치기 국수'와 '올갱이 국수'를 먹어 보자. 콧등치기 국수는 메밀로 만든 국수 발이 넓은 칼국수인데 국숫발을 쭉 들이키면 면발이 콧등을 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 모양의 올갱이 국수는 맛보다는 어려운 시절을 떠올리며 맛보는 정말 토속적인 음식이다. 옥수수로 만든 민속주라도 한 잔 한다면 금상첨화.

국내 유일 비둘기호 안의 정선

국내 유일의 한 칸 짜리 협객열차 70년대 영화에서 봄직한 정선 장터의 풍경을 미리 볼 수 있는 곳, 정선행 기차 안이다. 한 칸 짜리 이 열차 안엔 지붕에 달린 선풍기, 양쪽을 잡아 당겨야 열리는 창문이 이색적이다. 길게 마주 앉게 돼 있는 기차 안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도 금새 말을 나누고 친숙해 진다. 물건 팔러 온 사람, 사러 온 사람 모두 마치 잔치에라도 가는 듯 들떠있는 모습이 마치 수학여행 떠나는 중고생들 같다. 만약 맘에 드는 살거리가 있다면 미리 점찍어 두고 정답게 말을 건네 보자. 인심 좋은 상인이라면 거저 줄지도 모르니까. 특히 강원도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꼭 주민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북한 말과 비슷한 강원도 사투리는 잘못 들으면 화난 억양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므로 장에서의 좋은 흥정을 위해선 익혀두는 것이 좋다. 시골 정취 가득한 기차 안의 정선은 시장 볼 재미로 정선을 향한 이방인들에게 또 하나의 정선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행메모>>

정선5일장 가는 길

▲정선 가는 길

◎ 자가용 이용시

서울 → 영동고속도로 → 새말휴게소 → 안흥 → 평창 → 정선 (3시간 소요)

◎ 대중교통 이용시

·기차
청량리 출발 → 증산 (08:00∼23:00 7회 운행, 4시간 소요, 8,200원)
→ 정선 (02:15∼18:00 4회 운행, 30분 소요, 350원)
※ 4월 2일부터 '정선 5일장 관광열차 (청량리 → 정선)' 재개.
∼ 이 열차 이용시 정선군이 주최하는 '정선 아리랑' 공연(장소:문예예술회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버스
동서울 터미널 → 정선 (08:10∼17:40 10회 운행, 4시간 소요, 12,400원)

▲먹거리

별미집(시장내 식당거리 위치)
주메뉴) 감자옹심이, 올갱이 국수, 콧등치기 국수
∼ 신기해서 먹어본 '콧등치기 국수' 맛은
메밀국수 맛과 흡사. 콧등은 왜 안치치..
☎ (033) 562 - 1474

정선골 황기보쌈 (정선읍사무소 옆)
주메뉴) 황기보쌈, 황기갈비찜
☎ (033) 563-8114

민속촌식당
주메뉴) 산채백반, 더덕백반, 시골청국장백반 ☎ (033) 563-0789

▲숙박시설

동호호텔(시장 바로 앞 위치) ☎ (033) 562-9000 1실 / 30,000원
아름장(시장에서 5분거리) ☎ (033) 562-8222 1실 / 25,000원

▲주변 볼거리

·화암8경(동면소재)
차를 가져간다면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8경을 다 보는 것은 무리다. 1경인 '화암약수'를 맛보는 정도는 가능. 정선시내에서 동면방향 시내버스 이용.

·아우라지(북면소재)
구절쪽의 송천과 임계쪽의 골지천이 '어우러진다'하여 이름 지어진 '아우라지'. 정선아리랑의 애틋함이 담긴 돌탑들이 즐비하다. 정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북면방향 버스 이용.

·된장마을(임계소재)
첼리스트와 스님 부부가 일군 된장마을. 첼로소리를 듣고 익은 각종 장류의 맛이 일품이다. 정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임계방면 버스이용(2,800원). 임계터미널에서 4km거리.(택시 이용시 30,000원)

▲기타 문의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 (033) 560-2365 / 2544
- '정선아리랑' 공연문의도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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