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운-'newsbank'의 여행 페이지<강원도 남부편>

벼랑에 달린 연분홍 진달래와 돌담너머 핀 복사꽃
정선 아우라지

아우라지의 봄은 어는 듯 스쳐간다. 하늘을 찌를 듯 사방으로 치솟은 산그림자에 가려 노루꼬리만큼이나 짧다는 산골 햇볕이 쌓인 눈을 녹여낼 겨를이 없고, 산비탈 응달은 겨울 잠이 머무르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우라지의 봄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겨울바람이 남아 있고 진달래와 들복숭아꽃이 화사하게 핀 한편으로는 신록이 서둘러 나래를 펴기 시작해 그 연하고 다채로운 봄색깔과 싱그러운 바람이 오수가 깃든 남녘의 나른한 봄바람과는 달리 생기가 넘친다.

정선으로 들어가는 길은 영동고속도로에 알맞게 걸쳐 있는 외통수 길인 405번 도로에 들어서면 아주 쉽게 이어진다. 더욱이 길의 한쪽은 병풍같은 벼랑이, 또 한쪽은 눈길만 주면 언제나 옆에 와있는 오대천 맑은 물줄기를 나란히 따라가며 절경을 이루어, 진부에서 나전교까지 34km나 이어진다.

길의 흐름이 정남향으로 뻗어가고 있어 한낮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비스듬한 햇살을 받으며 반은 늘 그늘에 가려 있다. 그래서 흙갈색 암벽 모서리로 햇빛을 향해 얼굴을 내민 연분홍 진달래가 마치 분홍색 선을 두른듯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해내기도 한다. 또한 길 한쪽의 오대천은 때로 연록색을 띤 깊은 여울을 이루는가 하면 기암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기도 한다.

강건너로 마을이 보일 때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는 함지박만한 쪽배가 줄에 걸려 있다. 어쩌다 사람들이 줄을 당기며 건너가기라도 하면 그대로 낭만적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양지바른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가 모습들도 정겹고 납작한 지붕과 돌담 너머로 피어오른 화사한 복숭아꽃은 봄의 얼굴을 보는 듯 반갑기만 하다. 거룻배가 건너며 철썩이는 물소리에선 흥겨운 정선아리랑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오대천 물길이 정선강과 만나는 나전교를 건너서면서 아우라지 가는 길은 한 번 더 바뀐다. 이 길은 물길을 바른쪽으로 손잡고 가는데 9.5km를 따라 오르면 아우라지 여랑나루에 닿는다. 기왕에 먼 길을 떠날 바에는 볼 만한 명소 한두 곳, 맛있는 별미 한두 가지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산골 정선땅의 아우라지는 이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 양 길손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맞아준다.

눈이 녹아 물이 불어나면 여랑나루 나룻배가 다시 넘실대는 물 위를 한가롭게 건너고, 강건너 여랑쪽 들녘에는 아지랑이가 어지럽게 피어올라 봄빛이 완연하다. 아우라지 강기슭에도 복사꽃과 살구꽃이 다투듯 피어나며 넓직하게 앉은 나루터 매운탕집에도 모든 것이 풍성해 말 그대로 봄의 강변답다.

여랑나루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앉은 아우라지가든에는 고등죽과 정선강 쏘가리회와 매운탕 등 오지의 별미로 길손을 맞아준다. 눈이 녹아 물이 불어나면 여랑나루 나룻배가 다시 넘실대는 물에 고등 알맹이와 야채를 넣고 쑨 보양죽으로 맛도 좋지만 간기능 활성화에도 뛰어난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 호랑이의 얼룩무늬를 닮은 쏘가리도 회와 매운탕으로 내는데 일반 민물고기나 송어회와는 모양부터가 전혀 다른 분위기다. 가든 한쪽으로 가족용 방갈로가 몇 동 있어 미리 예약만 하고 가면 하룻저녁쯤 묵으며 아우라지강에 비친 별빛과 산골에서 듣는 밤새소리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산골의 밤을 체험하게 된다.■

★ 음식점
* 화암약수터 곤두레식당의 참피리회와 튀김도 정선의 봄철 별미다.

★ 숙박
* 여랑나루 아우라지가든: (033)62-7157 외 민박집 다수있음.　

★ 교통
* 아우라지에서 정선읍은 약 18km, 화암동굴과 화암약수도 불과 27km, 30분대로 갈 수 있다.
* 마을자치회에서 운영한다는 부녀자와 청년들이 주차료 징수를 하고 있음.

자료제공 / OB GREEN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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