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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찾아서]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 부도
어지간한 절엔 경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다양한 모양의 석조물과
비석들이 서 있다. 이른바 '부도밭' 이다. 그 절에서 열반에 들었거나 생전에 관계가
깊었던 스님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석조물이 부도다. 그 옆에 세운 비가 부도비(탑비)다.
탑비라 불리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부도는 본디 부처의 사리를 모신 탑과 동의어였다.
신라 후기부터 승려의 묘탑을 부도로 부르기 시작해 요즘엔 승려의 묘탑을 가르키는
용어로만 쓰이고 있다. 문헌에는 부도가 삼국시대말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실물로는 9세기초 도의선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양양 진전사지 부도가 가장 오랜 것이다.
선종이 뿌리를 내리고 각 산문마다 스승의 법을 이어 전하는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전통이 확립되면서 부도는 선사를 극진히 섬기는 표현으로 여겨 앞다퉈 세워졌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무수한 부도 가운데 빼어난 수려함을 자랑하는 것이 화순
쌍봉사의 철감선사 부도(국보57호)다. 쌍봉사에 가면 먼저 좁고 높다란 3층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으로 쓰이고 있지만 모양이 여늬 목조건물과는 전혀 다르다.
본디 목탑이었던 까닭이다. 법주사 팔상전과 함께 우리 목탑의 옛자취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유물이었지만 지난 1984년 불에 탄 것을 복원한 것이다.
대웅전을 지나 왼쪽 대밭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오르면 신라 경문왕때 이 곳에서
불법을 펼친 철감선사 도윤(道允, 798~868)의 부도와 부도비가 나타난다.
부도의 전체모양은 아래부터 위까지 모두 팔각으로 된 팔각원당형이다. 이는 통일신라
부도의 정형(定型). 상륜부가 없어졌고 지붕돌 추녀에 손상이 갔지만 첫눈에도 과연
돌로 만든 것인가 싶을 정도로, 전면을 빼곡히 채운 조각들이 정교, 화려하다.
기단부 아래는 구름과 용, 사자를 돋을새김했고 윗부분에는 화려한 연꽃과 가릉빈가를
새겼다. 가릉빈가는 미묘한 소리를 낸다는 상상의 새.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가릉빈가는 비파, 피리, 요고(腰鼓), 바라 등 저마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어서 고대 음악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다. 팔각모서리도 연잎과 상다리 모양의
동자주(童子柱)로 만들어, 멋을 더했다.
8각몸돌은 배흘림이 완연한 모서리 기둥사이를 앞뒤로 자물통이 달린 문비(門扉)를
새기고 그 좌우로 사천왕상을, 나머지 두면에는 비천상을 새겼다. 기둥위에는 주두(柱頭)가
표현되어 있고 기둥위에는 창방이 가로놓여져 있다.
또한 정연한 기왓골에 막새기와까지 빼놓지 않고 새겼는가 하면 지붕돌 아래는 서까래와
부연(처마를 길게 빼기 위해 덧대는 짧은 서까래)이 나무인양 드러나 있다. 현존하는
예가 없지만 목조 팔각당이 남아있었다면 바로 이 모습이 아니었을가 싶을 정도다.
부도 바로 옆의 부도비도 예사롭지 않다. 비신은 사라지고 위 아래의 이수와 귀부만이
남았지만 구름속에서 여의주를 다투는 용과,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 한 쪽 앞다리를
치켜들고 앞으로 나서려는 거북의 모습이 생생하다.
▶화순에 가면…
화순에 가면 운주사 답사를 빼놓을 수 없다. 쌍봉사 철감선사
부도와 부도비가 귀족적인 세련미의 정수라면,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들은 당시 민초(民草)들의
꿈과 한을 느끼게 한다.
천불산(千佛山)이란 말 그대로 골짜기 여기저기에는 불상과 탑들이 서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암반을 지대석 삼아 구층석탑이 솟아있고 그 뒤로는 돌집안에 등을 맞대고
앉은 석불과 지붕돌과 몸돌이 모두 원형으로 된 다층석탑이 자리잡고 있다.
바위벽에는 양식을 따질 것도 없는 파격적인 모습의 불상들이 무더기로 기대어져
있고 오른쪽 산등성이 너른 바위에는 세상이 바뀌는 날 일어선다는 와불(臥佛)이
새겨져 있다. 이들 불상과 탑의 조성을 둘러싼 전설 또한 한둘이 아니다.
최근 일주문도 세우고 골짜기 안쪽으로 제법 규모를 갖춘 절집을 지어놓아 옛 맛은
덜하지만 골짜기 이곳저곳으로 난 길을 거닐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는 여전히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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